전문가 리뷰
소음을 지우고 사운드에 몰입하다
글. AV 평론가 황문규 님
올 해는 무선 방식의 헤드폰이 시장을 이끄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작년에도 귀에 들어가는 인이어 타입과 커다란 이어캡으로 귀를 감싸는 헤드폰 모두 무선이 대세였지만 올 해는 여기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더해 다양한 환경에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이즈 캔슬링이란 주변 소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낮은 볼륨으로도 좋은 음질의 사운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공학의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에서 비롯되어 훨씬 오래전부터 연구되었는데, 엔진에서 발행하는 저주파수 잡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줄이고자 실내 운전자의 머리 부분에 음향 센서를 달아 검출된 잡음을 좌석 밑에 설치된 스피커로 보내어 순간적으로 잡음을 저감 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헤드폰으로 가져오면 이어캡 쪽에 외부 잡음을 모니터링하는 센서를 장착해 발생되는 잡음 대역에 상응하는 노이즈를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제거함으로써 음악이 재생되는 헤드폰 내부 음향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외부 센서에서 한번, 내부 센서에서 또 한 번 걸러주는 이중 센서 노이즈 캔슬링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결국 비행기, 기차, 터미널 등 시끄러운 환경에서 낮은 볼륨으로도 고음질의 사운드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노이즈라 불리는 잡음과 소음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다.
특히 음악을 들을 때 유입되는 잡음은 음악에 몰두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이어폰과 헤드폰에 차음재나 흡음재를 붙여 사용했지만 이는 고주파 대역에만 효과가 있고, 정작 가장 큰 방해 요소인 낮은 주파수 대역의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인이어 타입에서는 귀에 맞는 고무 패드를 잘 선택하면 귀에 쏙 들어가 주변 소음을 상당수 막아주지만 결국 귀에 무리가 되고, 밀착감에 따라 사운드의 밸런스가 달라지게 된다. 외부와 차단되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실제로 접해보면 얼마나 많은 외부 요소로 인해 음악 감상에 방해를 받게 되는지 알게 된다.
그만큼 잘 만든 노이즈 캔슬링 제품은 음악을 연주하고 만드는 사람들에게 좀 더 깊이 다가설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기술적 요소다. 다만 노이즈 캔슬링 제품은 일반 오픈형에 비해 실제 음악을 필터링하는 요소가 개입된다. 노이즈만 없애는 게 아니라 일정 주파수대의 음악도 어느정도는 필터링 되어 때로는 음감의 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여 이런 부분이 해소되고는 있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최근 하만에서 만든 AKG나 JBL의 헤드셋과 이어폰에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이라는 기술이 적용되었다. 센서가 포집한 잡음의 반대 주파수를 순간적으로 만들어 상쇄시키는 기술로 음악을 듣는 청취자는 노이즈 제거의 진폭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하만의 기술력이 적용되었다.
노이즈가 커지고 작아 짐에 따라 음악 환경이 변하는 게 아니라 어떤 청취 환경에서 든 그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헤드폰의 성능은 재생 음악과의 일체감(타이밍), 저역의 안정성과 음장 재현력,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자연스러운 다이내믹레인지의 재생 능력이 중요하다. 하만의 ANC는 이러한 재생 능력을 지켜내려는 뛰어난 기술적 알고리즘이다.
"까다로운 음악도
오랜 시간 들을 수 있는 매력이 넘친다"
- AKG N700NCBT -
케이스에 들어있는 제품을 보는 순간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헤드밴드와 길이가 늘어나는 슬라이더는 메탈 소재가, 이어컵에 장착된 전원과 노이즈 캔슬링 기능 버튼은 알루미늄 소재가 사용됐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둘러싸인 메모리폼 패드는 장시간 사용에도 편안한 착용감을 주고, 이어컵이 회전하기에 때문에 머리 형태에 제한 받지 않고 편하게 감싸는 느낌이 좋다. 이어캡을 접고 펼치는 방식으로 탈착이 용이하고, 안전 케이스에 들어있어 외출이나 여행시 휴대하기 용이한 것도 장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좋아지고, 음악에 집중하게 되면 외부 환경에 둔감해지기 때문에 안전 사고에 노출되는데, AKG N700NCBT는 주변 인식 기능이 있어 이러한 경우에도 대응하고 있다. 이어컵에 달린 원터치 버튼으로 바로 스마트 앰비언트(Smart Ambient)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데, AKG 헤드폰 앱을 이용하면 좀 더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앰비언트 어웨어(Ambient Aware)는 어느 정도의 외부 사운드를 마이크로 받아들여 음악을 들으면서 외부 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토크 스루(Talk Thru)는 마이크로 받아들여진 외부 사운드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증폭해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준다.
AKG N700NCBT는 사운드를 들어보면 스튜디오 전문가용 제품을 만드는 AKG의 실력이 여실히 증명되는데, 풍부하면서 디테일한 정교함에 균형 잡힌 사운드가 매력이다.
평소 자주 듣는 클래식 여성 보컬을 들어보았다. 반주로 깔리는 오케스트라의 베이스가 여유 있고 부드럽게 감싸는 풍윤한 느낌으로 표현되고, 타이트하진 않지만 적당한 텐션으로 전체적인 음악의 틀을 유지시킨다. 중고음을 해치지 않는 양질의 저음이라 해상도는 그대로 전달되고, 전체적인 볼륨감이 음감을 증폭시키는게 매력적이다. 고역은 메조소프라노 특유의 여유 있고 두텁게 올라가는 소노리티가 일품인데 맑고 투명하기 보다는 풍성한 볼륨감과 소프트한 질감이 어우러져 듣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좀 더 비트 있고 대중적인 음악에서는 파워풀한 저음과 단단한 중역대가 음악의 틀을 잡아주고, 자극없이 쭉쭉 뻗어 나오는 고역대가 명징한 울림을 전달한다.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파워풀하면서 풍성하지만 저음의 해상도가 좋아 음악에 집중력을 높인다. 하이엔드급은 아닐지라도 노이즈 캔슬링 제품임을 감안하면 탁월한 수준의 해상도를 들려준다. 노이즈 캔슬링 특유의 필터링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해상도 저하를 최소화시켰다는 점이 인상적.
묵직히 전개되는 브루크너 7번 교향곡에서는 음장 재현에 탁월한 만큼 안정된 스테이지 위에 풍부하고 윤기 넘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시각적으로 전달된다. 음상 정위감도 좋아 악기의 위치와 상호간의 연결성은 물론 조화가 뛰어나다. 첼로 파트의 저음이 둔중해지지 않고, 세세하게 결을 드러내며 울림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은 저음의 해상도가 좋음을 의미. 오케스트라가 가진 수많은 악기들을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뭉뚱그리거나 어설프게 넘어가지 않으며 악기가 가진 명료성과 그들이 어우러져 내는 조화로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이 곡의 백미인 금관악기의 포효에서는 거침이 없다.
중저음의 안정감 속에 금관의 색채감이 한바탕 휘몰아치지만 연주자의 숨결이 그대로 배어 있는 듯 음반에 담긴 가치와 숨결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살짝 저음의 해상도가 아쉬울 때도 있지만 노이즈 캔슬링 제품임을 감안하면 수준급이다. 투티에서는 음촉이 다소 뭉툭한 느낌이 들지만 음상의 흔들림이 없이 힘있게 펼쳐낸다. 중저음의 안정된 표현력, 넓은 스테이지 속 악기들의 총주는 클래스를 달리하는 존재감을 갖는다.
들을 수록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처럼 클래식과 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정 수준이상의 질감과 해상도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음질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호감형 제품이다.
무엇보다 AKG N700NCBT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통화품질이다.
지금까지 테스트해 본 제품 중 최고 수준. 상대방이 전혀 눈치를 못 챈다. 핸즈 프리나 이어폰으로 전화를 하면 상대방은 감도가 떨어지거나 어색하기 마련인데, 이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십 수통의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고, 나중에 감도에 대해 물어봤지만 전혀 몰랐다고 반문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전화 마이크의 감도가 탁월하다는 의미.
터미널이나 공항 등 소란스러운 곳에서 통화는 물론, 노이즈 캔슬링을 이용한 음악 감상 모두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주변 소리가 궁금하다면 원터치 노이즈 캔슬링 해제 버튼으로 간단하게 밖의 소리를 모니터하는 기능도 있으니 안정상 이유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번 완전 충전으로 전력 사용량이 가장 큰 블루투스 연결 시 노이즈 캔슬링 모드로 감상하면 최대 23 시간, 유선으로 노이즈 캔슬링 모드로 감상할 때는 최대 36시간까지 이용 가능.
결과적으로 AKG N700NCBT는 까다로운 음악도 핵심 표현력을 잃지 않고 편안하게 오랜 시간 들을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넘친다. 특히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기술적인 장점은 이 제품의 기능성을 의식하지 않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볼륨을 한껏 올려보자.
음이 커지고 웅장해질 뿐, 자극적이지 않고 고급스럽다. 다만 외부로 소리가 많이 들리는 오픈형이므로 조용한 공간에서는 볼륨을 조절해 옆 사람 배려를 해야함을 잊지 말자.
"일상 생활 속 음악을 자주 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 JBL LIVE650NCBT -
극장, 공연장 등 음향 시장을 주도하는 JBL답게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다.
매끈하고 세련된 스타일은 헤드 밴드에 패브릭이 적용되어 착용감이 편하고, 패션 소품처럼 소박한 멋을 풍긴다. 한번 충전으로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20 시간, 노이즈 캔슬링을 끄고 30 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어 하루 종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노이즈 캔슬링의 기술적 진보는 외부 노이즈를 얼마나 잘 차단하고 필터링이 덜 된 사운드의 본질을 들려주느냐가 관건이다.
알란 워커의 페이드(Faded)에서는 일렉트릭 사운드의 절제된 듯 다이내믹 리듬이 파워풀하게 공간을 채워주는 밸런스가 일품이라 클럽에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에 휩싸이게 만드는 감각이 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일렉트릭 EDM 음악에 깊이 빠지고 싶은 욕망이 들 때는 여지없이 650을 고르라고 추천하겠다.
다소 평면적이던 음장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파워풀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좋고, 과장되지 않은 저역의 단정함도 수준급으로 재현된다.
AKG N700NC는 왠지 아끼면서 써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반면, JBL LIVE650은 아무데나 툭 던져뒀다가 아무 때나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친근함이 있다. 내구성도 우수해 아웃도어용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관리에 신경 쓰이지 않는 수더분함이 사운드에도 녹아 있어 마음 편하게 일상 생활 속 음악을 자주 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탄탄한 중저역 덕분에
재즈와 팝, 보컬 음악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 JBL V150NCBT -
가볍게 목에 걸고 다니는 넥밴드 형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한번 완전 충전으로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14시간, 노이즈 캔슬링을 끄고 16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어 하루 종일 배터리 걱정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목걸이형 타입이라 무게감에 대한 부담이 적고, 활동에 제약이 없다.
주변 소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시끄러운 환경에서 낮은 볼륨으로도 사운드 감상이 가능하기에 운동, 워킹, 실내 활동이나 여행 시 목에 걸고 다니다 보면 의식할 일도 없을 만큼 편한 게 장점.
인이어 타입은 귀에 어떻게 꼽느냐가 중요한데 귀에 밀착시켜 딱 들어맞지 않으면 제품 고유의 성능을 듣기 힘들다.
150NC는 이어폰에 부드러운 보조 이어팁이 붙어 있어 귀 속에 부드럽게 꽉 밀착된다. 처음에는 빠르게 장착하기 쉽지 않지만 곧 익숙해지면 인체 공학적이고 오랜 시간 음악을 들어도 귀에 자극이 덜하다.
사운드 성향은 저음이 두텁고, 중고음의 울림이 풍부한 편.
전대역에 걸쳐 텐션과 저음이 풍성한 덕분에 반젤리스나 알렌 워커의 일렉트릭 음악에서는 비트의 타이밍이 좋고, 음악이 견고하게 들린다. 폴리니가 연주하는 쇼팽의 연습곡에서는 중고역의 명료도와 하모닉스의 폭이 넓어 자연스럽고 힘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다만 저음의 양이 많은 편이라 오케스트라의 총주에서 깊은 저역까지 함께 들릴 때는 음장을 둔중하게 만들어 해상도가 아쉽다. 탄탄한 중저역 덕분에 재즈와 팝, 보컬 음악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듣기 좋고 편하면서 적당히 음악의 감흥까지 배가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비트 있는 대중 음악에 장점이 많은 편이다.
"무선 방식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중에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모델이다"
- AKG N60NCBT -
출시되자 마자 각종 전문지의 최고 평가를 휩쓸었고, 현재까지도 이 가격대의 경쟁자 중에서는 톱 클래스의 추천 제품으로 꼽힌다. 뛰어난 무선 방식으로 손실없는 타이밍 임팩트를 지녔고, 온화하고 풍성한 저역과 퍼지지 않는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면서도 중고역대의 해상도가 탁월해 균형미가 좋다.
피아노의 높은 고역대까지 거침없이 뻗지만 자극성이 없으며, 조용히 집중할 수 있기에 섬세한 터치의 숨결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감각적인 사운드가 한층 고급스럽다.
노이즈 캔슬링이 작동할 때 상위 제품에 비하면 일정 대역의 해상도에서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음감을 해치지는 않는다. 중역대의 보컬과 중고역대를 현란하게 오가는 금관악기의 재생에서도 전망 좋은 스테이지와 훌륭한 다이내믹레인지를 보여주며, 자연스럽고 넓은 음장 표현 덕분에 부담없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바이올린의 윤기와 명료함은 연주자의 프레이징을 선명하게 전달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속성 연주도 거침이 없다. 노이즈 캔슬링으로 인해 더욱 풍부하고 거침없는 다이내믹스와 디테일한 재생 능력은 여전히 AKG의 파인 튜닝에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다.
깔끔하고 세련된 우수한 사운드 퀄리티와 본질을 잃지 않는 균형미,
작지만 좋은 휴대성과 고급스러운 외관까지 가격대 성능비로는 현재까지도 가장 우선적으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상품성을 지녔다.
※ 본 전문가 리뷰는 실제 제품을 삼성전자로부터 무상 대여받아 감상한 후 작성되었습니다.